편집자의 말
나는 운좋게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글 잘 쓰는 사람들과 일한다.
그들이 써낸 양질의 글을 매일 읽는다.
그러는 동안 깨달은 당연스럽고도 비정한 진실은, 문학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이 영토 안에 옳고 그름은 없다. 말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작가 나름의 방식과, 그것을 읽어내는 독자 나름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문학을 알아가는 데에는 왕도가 없다. 정해진 답이 없으니 각자가 나름대로 온갖 작품과 부딪치며 경험해야 한다.
작가 한 명 한 명이 일군 세계를 알아가는 시간이 그렇게 조금씩 쌓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그 개별적인 세계를 조금씩 이어서 넓혀보고 싶어졌다.
서로 다른 훌륭한 것 두 가지를 페어링해 또다른 근사한 경험을 이끌어내듯이,
서로의 글에 영향을 끼치는 공동작업을 통해 두 작가의 세계를 공명시킬 수 있다면.
그런 프로젝트를 상상하며 처음 떠올린 두 작가가 바로 이미상과 이희주였다.
개인적인 감각에 비추어 볼 때, 이미상과 이희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호쾌하게 쓰는 작가들이다.
그 호쾌함은 작가가 제 글에 작용하는 자의식을 얼마나 내려놓을 줄 아는지에 달려 있는데, 이 두 분도 작가로서 멋질 땐 멋진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지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서 스스로를 방어하길 포기하고 낱낱이 드러내 보일 때도 있다.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도 좋아,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건 바로 이 밑바닥까지야, 하듯 모든 보호벽을 내려놓고 써내려가는 순간 기분좋은 충격이 온다.
이 두 사람이 다른 계산 없이, 진실로 스스로에게 깊은 영향을 준 텍스트, 영상, 게임 등 다양한 작품에 대해 리뷰한다면 얼마나 신선하고 흥미진진할까.
이들이 서로의 취향을 있는 대로, 거침없이 탐독(탐닉)해나가는 과정은 얼마나 짜릿할까.
내게는 가장 깊고 투명한 여과기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통과해온 다른 많은 작품세계를 더 알고 싶어졌다.
그런 열망을 품고 2024년 초봄 준비하기 시작한 이미상과 이희주의 리뷰 페어링을 꼭 일 년 만에 독자 앞에 선보인다.
첫선을 보이는 마음이 이렇게 설레기는 처음이다.
두 작가께서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섬세한 시각으로 단순했던 기획을 더욱 근사하게 만들어주셨음을 밝힌다. 한 인간을 가장 적나라한 존재로 만들기에 좀처럼 솔직해지기 어려운 ‘사랑’이라는 리뷰 주제를 골라주신 덕분에 연재의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었다.
이 두 사람의 공명은 내 나름대로 제시하는 하나의 답안지이다. 두 분의 공동작업을 따라 읽는 독자들의 마음속에 또다른 나름의 페어링이 무수히 떠올라, 문학의 영토가 더욱 넓고 두툼해진다면 기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