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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의원님,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즘 화제이신데요. 앞의 토론 코너가 길어져 인터뷰 시간이 얼마 없네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왜 당을 옮기셨습니까?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옮겼습니다. 정치의 힘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답답한 소통의 물꼬를 트기 위해 제가 독배를 들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반면에 새시대민주연합에서는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변절자, 지방선거용 사쿠라, 극우와 극좌의 불륜 사생아라고까지 합니다.
아니, 출근길에 라디오 들으시는 우리 국민께 그런 상스러운 표현은 적당치 않고요. 호랑이 굴이라고 하시면, 호랑이와 잘 화합해 호랑이 등에 올라타보겠습니다.
소수 정당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용기 있는 시도를 했다는 평도 있긴 합니다.
한계라기보다 참우리진보당은 제게 고향 같은 곳입니다. 태어나 평생 고향에서 사는 사람도 있지만, 공부하고 취직하려고 고향을 떠나기도 하지 않습니까? 저도 익숙한 자리를 떠나 우리 정치사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 도전한 것이죠.
의원님 남편분의 행보도 이슈인데요. 남편분은 그대로 참진당에 남으셨다고요?
저희가 부부이고 또 정치적 동지이긴 하지만, 당은 개인의 소신에 따라 정합니다. 저희 집 가훈이 집에서는 정치랑 야구 얘기하지 말자예요.
얼마 전에 두 분이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네, 저는 영원한 이글스입니다.
그런데 남편분께서 향후 재보선에 참진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고 해요. 이런 말씀 드리기는 그렇지만 의원님보다 대중적 인기가 높기도 하고요. 올해 ‘국민 남편 호감도’ 조사에서 7위를 차지하셨어요. 연예인이 아닌 사람 중엔 유일합니다. 오늘도 같이 모시고 싶었는데 사양하셨다고요.
언제 한번 부부 토론회로 불러주십시오. 제가 설득해보겠습니다.
그럴까요? 재밌긴 하겠네요. 그런데 일각에선 두 분이 쇼윈도 부부고 얼마 안 가 법적으로 정리하실 거란 얘기도 있습니다.
그거야 잉꼬 부부한테 늘 달라붙는 소문이고요. 우선은 각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선을 다해 뛰어야죠.
법안 관련 질문을 드리면, 지난주에 정평연, 그러니까 ‘정의로운 평등을 위해 나쁜 평등에 반대하는 전국연합’에서 의원님께 항의 방문을 갔습니다.
항의까지는 아니고요, 오시긴 했습니다.
그 단체의 주장은 의원님이 여당에 침입해 당론을 분열시키고 악법을 통과시킬 공작을 벌일 거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번에 직접 찾아가 의원님께 확답을 받았다고 해요. 설명 좀 해주시죠.
그분들이 저를 찾아오신 것도 저에 관한 오해, 그러니까 제가 진보 정치에 오래 몸담았으니 당연히 보수 쪽을 지지하시는 분들은 걱정과 심려가 크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허심탄회하게 마주앉아 대화했고 오해를 잘 풀고 가셨습니다.
풀고 갔다? 그럼 그쪽에서 요구하는 대로 앞으로 의원님은 평등법과 관련한 의정을 접으실 거란 말씀인가요?
보편적 평등법은 제게 아픈 손가락입니다. 이번에는 된다, 이번 회기에는 꼭 통과될 거다, 그렇게 지지자들을 설득하면서 같이 고생했거든요? 우리 보좌관들이 얼마나 헌신하는지 다른 의원실에서 보면 아주 놀라요.
의원님을 ‘계류 장인’이라고 부르는 건 저도 들었습니다. 하도 법안이 계류를 당해서 그렇다고요?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가장 정의로운 법은 국회에서 계류당한 법이다.
지난해 한 인터뷰에선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도장 받으러 다니다가 임기 끝낼 순 없다. 이렇게는 법사위 넘어가도 본회의 문턱에서 나자빠진다. 적지로 뛰어들어야 한다. 다음 회기에도 안 되면 삼십 년 후에 될까 말까다. 나 말고는 이 십자가를 감당할 사람이 없다.’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그런 취지로 말하긴 했습니다. 국회의원 하는 일이 동료 의원들 도장 받아 입법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 법안이 아까 말한 평등법, 기독교 쪽에서 강렬히 반대하는 동성애를 인정하는 법안인가요?
우리 존경하는 진행자님께서 뭔가 오해하시는데요. 보편적 평등법은 동성애 찬성법이 아닙니다. 그게 또 법으로 찬성하고 말고의 문제도 아니고요.
네, 그건 저도 압니다. 그런데 반대하는 쪽에서 말하는 게……
자꾸 그런 유언비어로 갈라치기를 하면 우리 사회에 화합이 이뤄지겠습니까.
그런데 사실 그 법안에는 종교나 인종, 지역, 장애, 그런 거 외에 성적 지향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 법안이 발전하면 동성결혼 합법으로 갈 수도 있고요.
그건 김칫국 마시는 거죠. 아직 배추도 안 뽑았는데 벌써 김장하고 김칫국 마시고 그러면 배추는 누가 뽑습니까. 배추를 뽑아야 김장이든 겉절이든 담글 거 아닙니까?
어쨌든 그 배추로 김칫국을 만들긴 한다는 거네요?
보편적 평등법은 장애, 성별, 종교, 지역, 학력 등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11조에 근거하고 있고, 복지나 채용 같은 국민 실생활에 꼭 필요한 법안이에요. 우리 국민의 존엄과 평등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네, 의원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만 시간이 부족해서요. 법안에 관한 얘기는 다음에 듣기로 하고요.
앞에 토론을 너무 길게 하셨어요. 추석 밥상 민심에 대통령 이종사촌 얘기가 왜 그리 깁니까. 사촌이 맥캘란을 받았는지 맥콜을 받았는지 뭐가 그리 중요해요?
그 맥캘란 위스키가 경매가로 수억에 달하는 최고가고요. 위스키 뇌물수수가 여당 공천에 입김으로 작용했다는 의혹이……
의혹이 있다면 밝혀야죠. 그런데 지금 그게 우리 사회의 시급한 민생과 어떤 연관이 있느냐 이겁니다. 자기들 금배지 나눠 갖는 얘기잖아요. 힘있는 사람만 밥상 차지하고 앉아서 누가 고기반찬 몇 개 먹었는지 갖고 싸우면 지켜보시는 국민 심정이 어떻겠어요.
여전히 거침없으시네요.
지금 송편 하나도 못 먹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우리 사회에 이렇게 소외당하는 사람이 있으니 자리 만들어 같이 좀 둘러앉자,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겁니다. 저 하나 눈칫밥 먹더라도 할말은 해야죠.
문제는 그 평등법을 어겼을 때 가해지는 처벌인데요. 쉽게 예를 들면, 이건 기독교 쪽에서 드는 예입니다, 그쪽 말에 따르면 가령 교회에서 설교할 때 동성애는 성경에 위반된다, 이런 말을 해도 처벌받는다는 거죠. 이러면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다, 이러거든요?
표현의 자유는 말이나 글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거지 누구를 혐오하는 게 아닙니다. 요즘 기사 하나만 봐도 댓글에 혐오가 얼마나 많습니까? 앞으로는 인터넷 방송이니 뭐니 그런 걸로 혐오를 조장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거예요. 보편적 평등법은 일종의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몇몇 힘센 아이들이 약한 애를 괴롭히니까 선생님이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힘센 애들이 우리는 얘가 싫다, 싫어하는 건 내 자유다, 이렇게 억지를 부리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어떻게 호랑이 등에 올라탈 생각이십니까? 일각에선 참진당의 평등법을 여당 쪽에서 받고, 조항 몇 개를 수정해서 그림을 만들고, 의원님을 비롯한 진보 쪽 인사들은 그 대가로 위스키 특검법을 부결해주기로 했다는데, 맞습니까?
안 맞습니다. 빵점, 오답입니다.
지금 국회가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는 상태에서 참진당 쪽 표가 특검법에 마지막 저지선이 될 거라는데요.
국회에서 투표하면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바로 다 속보로 다 뜨는 판에, 눈 가리고 아웅이지요.
바로 그 점을 말하고 싶은데요. 의원님께서 이른바 욕받이 역할로 부정적 여론을 감당하시고, 참진당은 욕을 좀 먹어도 평등법 입법으로 기존 노선을 지키고, 지방선거가 끝나고 당선자 중심으로 대선 후보 판이 새롭게 짜이면 의원님이 중도나 진보 쪽 인물을 여당으로 끌어오는 데 다리가 되어주시고, 궁극적으로 다음 총선에 지금 지지율이 높은 새시대민주연합과 일 대 일 구도를 만드는 게 큰 그림이라는데, 아닌가요? 소설인가요?
우리 소설가분들이 얼마나 열심히 글을 쓰시는데 그런 표현은 적절치 않고요. 참진당이나 우리 진보 인사들이 저 하나 간다고 우르르 몰려가시는 분들이 아닙니다. 제 남편도 그렇지만, 굶어죽어도 자기 신념을 지키는 분들이에요. 그리고 어떤 법을 만들든 국민적 합의가 우선 아닙니까? 제가 재선 의원으로 의정 활동하면서 깨달은 것이, 아, 국민이 오해하면 못하는구나, 국민 마음 설득하는 게 첫번째구나.
네, 의원님, 아쉽지만 시간이 다 돼서요.
보편적 평등법은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 권리이고, 또 걱정하시는 분들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도 국민 권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어떻게 상황을 조율할 것인가, 어떤 가치가 우리에게 더 절실하고 시급한가, 이에 대한 정치적 합의와 돌파가 필요하거든요?
네, 의원님, 이만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모시고 말씀 듣죠.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잠시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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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제3민사부
판결
사건 2016나60241 저작권침해 및 손해배상
원고, 항소인 A
피고, 피항소인 B
제1심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4. 9. 19. 선고 2015가합29345 판결
변론 종결 2016. 8. 28.
판결 선고 2016. 10. 2.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 취지 및 항소 취지
1. 청구 취지
가. 피고는 별지1 기재 시나리오에 관하여, 이를 출판, 배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별지1 기재 시나리오를 이용한 영상물 ‘C’를 상영, 복제, 판매, 광고, 배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피고는 원고에게 70,000,000원을 지급하라.
다. 피고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 비율의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 취지
제1심 결정을 취소한다. 청구 취지 기재와 같은 결정을 구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의 시나리오 ‘D’(이하 ‘제1시나리오’라 한다)와 피고의 시나리오 ‘E’(이하 ‘제2시나리오’라 한다)는 1992. 3. 13. 60세 박모씨가 40여 년간 함께 살던 여고 동창생이 암으로 죽자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F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제1, 2시나리오의 줄거리는 별지2 기재와 같다.
나. 제1시나리오는 1993. 5. 경. 원고가 재학한 ‘G’ 대학교의 ‘H’ 학과 3학년 1학기 창작 실습 과목의 창작집(이하 ‘이 사건의 창작집’이라 한다) 국판(A4, 210×297mm) 크기의 판형에 실린 약 20쪽 분량의 글로서, 주로 F 사건을 모티프로 하여 여고 동창생이 함께 살다 한 명이 암에 걸려 죽는 사연을 중심으로 동성애 관계의 아픔과 사회적 소외를 다루었다.
다. 제2시나리오는 2007년경 피고가 작성하여 주식회사 ‘I’의 투자금을 받아 영상물로 제작되었으며 2008. 5. 15. ‘C’라는 제목의 영화(이하 ‘이 사건의 영화’라 한다)로 상영되었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원고는 1992. 9. 경.부터 1993. 2. 경.까지 G 대학교의 여학생 기숙사에서 피고와 같은 방을 쓰며 생활하였고, 제1시나리오에 관한 구상 및 아이디어에 관하여 피고와 의논하였으며, 이후 피고가 기숙사에서 퇴소한 뒤에도 원고의 방으로 피고가 찾아와 당시 원고가 작성중인 제1시나리오를 보았다. 제1시나리오와 제2시나리오는 줄거리 및 사건 전개, 인물 관계와 에피소드가 현저히 유사하며, 피고는 제1시나리오에 의거하여 유사한 제2시나리오를 작성함으로써 원고의 제1시나리오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
나. 피고
피고는 제1시나리오에 관하여 원고에게 전해들은 바 없으며, 제1시나리오가 실린 이 사건의 창작집에 접근할 가능성 자체가 없었고, 제2시나리오는 제1시나리오와 동일하게 실화인 F 사건을 모티프로 하였기에, 불가피하게 상황 및 인물 관계에 있어 일부 유사함이 있으나, 이는 실화에 근거한 것이고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닌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제2시나리오의 제작 및 이 사건의 영화의 상영과 복제 등에 관한 원고의 저작권침해 및 손해배상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한다.
3. 판단
가. 의거 관계의 존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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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접근 가능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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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저한 유사성에 관하여
제1, 2시나리오는 실화인 F 사건을 공통의 소재로 하였기에 유사한 점이 있으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건 전개 및 등장인물의 설정과 에피소드의 수 등에서 차이가 확연하고, 원고의 주장대로 제1, 2시나리오의 표현상 유사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품에 전형적으로 수반될 수 있는 정도라 하겠다. 따라서 그 유사성이 공통의 소재를 이용함에 오는 우연의 일치나 자연적 귀결일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4) 소결론
그러므로 피고가 원고의 제1시나리오에 의거하여 제2시나리오를 작성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다. 실질적 유사성의 존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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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분적, 문언적 유사성에 관하여
원고는 아래의 표1 기재와 같이, 제1시나리오와 제2시나리오 사이의 유사성이 현저하다고 주장한다.
[표1] 제1시나리오와 제2시나리오의 유사 표현 대비표
순번 |
제1시나리오 |
제2시나리오 |
||
표현 |
신(scene) 번호 |
표현 |
신 번호 |
|
1 |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세상에서 |
#2, #7 |
그녀가 아프다. 그가 죽었다. 그가 없는 세상은 |
#3, #33 |
2 |
네 가족까지 사랑할 순 없어 |
#10 |
그 사람들까지 내 인생에 받아들일 순 없어 |
#17, #35 |
3 |
환자분과 어떤 관계세요? 실례지만 가족이 아니시면 계실 수 없습니다. |
#15 |
어떤 사이세요? 가족 아니시면 여기 계실 수 없어요 |
#19, #37 |
4 |
아니, 내가 간병을 다 했는데, 이제 와서 |
#16 |
제가 간병인인 거 다 아시면서 왜 이제 와서 |
#20 |
5 |
우리는 40년을 같이 살았어요. 우린 부부나 다름없어요. |
#20 |
40년을 같이 살았는데, 부부가 아니면 뭔가요? |
#22 |
6 |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유가족으로서 |
#21 |
두 사람의 관계까지 알고 싶진 않고요. 우리는 법적 가족으로서 |
#23 |
7 |
돌아가고 싶어. 우리가 살던 집으로. |
#23 |
가자, 집으로 가자. 우리가 살던 데로. |
#27 |
8 |
죽음은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어 |
#25 |
죽음은 두렵지 않아. 널 다시 만나게 해줄 테니까. |
#29,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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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포괄적, 비문언적 유사성에 관하여
원고는 제1시나리오의 고층 아파트, 연인 간의 증표, 유서 등의 소재가 제2시나리오의 소재와 유사하여 의거 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소재는 실화인 F 사건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제2시나리오가 제1시나리오와 독립적으로 작성되어 유사한 결과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현저히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법원의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대한 감정 촉탁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본다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1, 2시나리오는 공통 모티프인 F 사건을 기반으로 한 인물과 관계 유형 등에서 일부 유사한 점이 있을 뿐,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창작적 표현 형식에서는 유사하지 아니하며, 양자 사이에 포괄적, 비문언적 유사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가) 줄거리 및 사건 전개
① 제1, 2시나리오는 ‘동성 관계의 연인 중 한 명이 병에 걸림→투병과 장례 과정에서 벌어지는 차별→연인 중 남은 사람이 법적 권리를 인정받지 못함→상실감과 고독에 따른 자살’을 전체적인 줄거리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제1, 2시나리오의 전체적인 줄거리의 공통점은 실제 발생한 F 사건을 주된 소재로 함으로써 수반되는 것이며, 이를 저작권침해라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원고의 제1시나리오가 동성 연인의 투병과 장례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외감을 중점으로 다루고 있는 반면, 피고의 제2시나리오는 동성 연인의 죽음 이후 느끼는 상념과 비극의 감정이 1부 여고 동창생, 2부 군대 후임, 3부 회사 동료로 각기 다른 시‧공간적 배경과 인물로 이어지고 있으며, 2부에서는 동성 혼인의 합법화가 이루어진 가상현실을, 3부에서는 1부와 마찬가지로 동성 혼인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가상현실을 각기 설정하고 있기에, 이는 사건 전개 및 인물 구성과 전체 구조가 제1시나리오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② 제2시나리오의 주요 시점 인물인 미성년 아이가 제1시나리오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그 아이가 인간의 시선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으로 비추어볼 때, 이는 제1시나리오와 구별되며 제2시나리오의 창작적 표현 요소를 인정할 수 있다.
나) 등장인물의 설정, 성격 및 대응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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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구체적인 에피소드의 동일성
원고는 제2시나리오의 주요 에피소드가 제1시나리오에 의거하여 현저한 유사성을 보인다고 주장하나, 이는 실제 벌어진 F 사건을 공통 모티프로 한 것이거나 동성애 소재 관련 저작물에서 자주 확인되는 사건 전개로서(을 제3호증의 1, 2, 3, 4, 5), 보편적·전형적 표현 방식에 해당하기에, 아래 표2의 기재 내용과 같이 원고만의 창작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제1, 2시나리오 사이의 현저한 유사성은 제2시나리오의 구성 중 1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며, 2부와 3부의 에피소드는 제1시나리오와 유사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는 제1시나리오와 양적‧질적으로 구별되는 제2시나리오의 독창적 표현 요소로 인정할 수 있다.
[표2] 제1시나리오와 제2시나리오의 에피소드 대비표
순번 |
에피소드 내용 |
제1시나리오 신 번호 |
제2시나리오 신 번호 |
유사성 판단 결과 |
1 |
병실에서 쫓겨나다. |
#16 |
#20 |
유사한 설정이나 등장인물의 수, 병원 직원들의 반응 및 세부 대사의 표현 방식이 상이함. |
2 |
연인의 가족과 언쟁하다. |
#20 |
#22 |
유사한 설정이나 등장인물의 수와 갈등 정도에 차이가 있고, 제2시나리오에서는 언쟁이 폭력으로 번지는바, 이는 제1시나리오의 전개와 유사하다고 보기 어려움. |
3 |
장례식장에서 소외당하다. |
#21 |
#23 |
유사한 설정이나 장례식장에서 동성 관계 연인이 배제당하거나 소외되는 것은 이와 유사한 관계의 영상물에서 자주 확인되는 에피소드이므로, 제1시나리오의 독창적인 표현이라 보기 어려움. |
4 |
유산상속에서 배제 당하다. |
#22 |
#25 |
제1시나리오는 인물의 대사로 위와 같은 에피소드가 전개되고 있는 반면, 제2시나리오는 그 상황이 구체적 행위로 묘사되고 있으므로 그 전개 방식에 차이가 있음. |
5 |
같이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하다. |
#25 |
#29, #42 |
유사한 설정이나 이는 제1, 2시나리오가 공통적으로 모티프를 얻은 F 사건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의 영역이므로, 이를 제1시나리오의 독창적 표현이라 보기 어려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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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주제
제1시나리오는 별지2 기재와 같이 “오랜 연인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차별과 편견으로 인하여 사랑이 부정당하는 아픔”을, 제2시나리오는 “과거, 현재, 미래뿐 아니라 현실과 허구가 보이지 않는 짝패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각기 주제로 하고 있으므로, 제1, 2시나리오의 주제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4) 소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제1시나리오와 피고의 제2시나리오의 실질적 유사성은 인정할 수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의 제2시나리오가 원고의 제1시나리오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4. 결론
피고의 제2시나리오가 원고의 제1시나리오에 관한 저작권 침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 청구에 관한 제1심 판결은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원고의 항소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9물 만조
창밖을 보고 있던 둘희는 별안간 유리창으로 날아온 까만 물체에 흠칫했다. 수조를 탈출한 물방개였다. 검은 윤기가 흐르는 물방개가 창틀로 떨어져 얼마쯤 기어가더니 다시금 빠르게 날개를 움직이며 천장으로 날아올랐다. 둘희는 뒷걸음치며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일 있으세요?”
강선생이 둘희를 보며 물었다. 둘희는 약하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시후씨 어디 있습니까?”
둘희의 당황한 표정에 강선생이 둘희를 지나쳐 회의실로 들어갔다.
“편의점에 양말 사러 갔습니다. 아침에 양말을 안 신고……”
강선생이 회의실 문을 잡고 선 채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별다른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한 그는 둘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감기 걸릴 것 같아서요. 제가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둘희는 강선생의 어깨 너머로 회의실을 보다가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님, 수조가 신경 쓰이세요?”
강선생이 둘희의 마음을 알아차리듯 말했다.
“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한 마리가……”
둘희는 조금 전 자신이 본 게 진짜 현실이 맞는지 의심하며 잠시 말을 멈췄다.
“한 마리가 탈출했습니다.”
“그래요? 어딨나요? 어디서 보셨어요?”
강선생은 고개로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회의실의 바닥과 천장을 살폈다. 둘희도 그 뒤에 서서 강선생을 따라 실내를 둘러봤지만 물방개는 보이지 않았다. 강선생은 둘희를 안심시키듯 멀리 못 갔을 테니 시후가 오면 둘이 같이 뒤져보겠다고 했다. 둘희는 여전히 께름한 얼굴로 테이블 밑을 살피며 또다시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물방개들이 모여 있는 수조를 돌아봤다. 투명한 수조 위에는 검은 플라스틱 뚜껑이 빈틈없이 닫혀 있었다.
얼마 뒤 사무실로 돌아온 시후는 물방개 한 마리가 탈출했다는 소식에 눈을 크게 뜨며 탄성을 내질렀다. 그러고는 곧장 수조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물방개 수를 세어봤다.
“진짜네? 진짜 한 마리가 비네?”
시후는 팔을 걷어붙인 채 탈출한 녀석을 찾아 구석구석을 뒤졌으나 화장실을 포함한 사무실 그 어디에서도 물방개는 보이지 않았다.
“겁나 신기하네. 어떻게 탈출했지?”
시후는 바닥에 엎드려 수조의 바닥과 옆면에 빈틈이 있는지 손으로 쓸어봤다. 늘 입버릇처럼 말하던 자신의 바람이 실제로 이뤄진 것에 약간 얼이 나간 듯 보였다. 버러지들, 날 준비 됐나?
회의 시간에도 시후는 물방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강선생의 브리핑에도 시후는 테이블 밑에서 다리만 떨 뿐 귀담아듣지 않았다.
“시후씨?”
강선생의 부름에 시후는 눈꺼풀을 깜박이며 “에?” 하고 되물었다.
“우리 지금 촬영 준비 얘기하고 있었어요. 음식은 제가 최종 점검하고 배경 소품은 시후씨가 맡아주겠어요?”
“아, 예.”
“배경은 딸기 농장처럼 꾸밀 건데, 딸기 상자랑 농기구를 갖다놓고……”
“그러지 말고, 그 여자네 농장 가서 직접 찍으면 안 돼요?”
시후가 강선생의 말허리를 자르며 끼어들었다. 강선생과 둘희는 전혀 생각지 못한 시후의 제안에 다소 놀란 얼굴로 서로를 봤다.
“농장이 여기랑 가깝다면서요. 그 여자도 좋아할걸요? 자기네 딸기 홍보도 되고.”
“이제껏 그런 경우는 없었어요. 실제 장소가 드러나면 출연자에게 불이익이 갈 수도 있고, 위험이 큽니다.”
강선생이 말했다. 시후는 굴하지 않고 계속 아이디어를 꺼냈다.
“그 여자 트럭은요? 트럭에서 개랑 비빔밥 먹으면 웃길 텐데.”
이번에도 강선생과 둘희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설정에 잠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카메라 설치나 스크립터를 고려하면 트럭도 어려워요.”
강선생이 안경테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그 여자 트럭에 내비 없어요? 내비 빼고 거기에 핸드폰 꽂으면 되잖아요. 아니면 삼각대를 설치하든지. 우리는 짐칸에 있으면 되고.”
시후가 트럭에서 실시간 방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줄줄이 말했다. 오래 생각한 계획이라기보다 섬광처럼 머릿속에 떠오른 단상들인 것 같았다.
“우선 기존 방식대로 준비하십시오. 시후씨 의견은 잘 들었습니다.”
둘희가 결론을 내리며 말했다. 시후는 부루퉁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마음을 풀어주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시후씨 의견은 대표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둘희가 서류를 챙겨 회의실을 나섰다. 회의실과 나란히 붙은 자기의 방으로 들어선 둘희는 실내에 퍼진 짙은 딸기향에 멈칫했다. 책상 위에 강선생이 씻어놓은 딸기가 접시에 담겨 있었다. 둘희는 자기도 모르게 딸기로 손을 뻗어 그 자리에 서서 상큼한 과육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그러고도 허기가 가시지 않아 몇 시간 전 강선생과 먹었던 점심 메뉴를 떠올렸다. 칼칼한 해물 육수 냄새가 코끝에 어른거렸다.
트럭을 타고 간 식당의 이름은 ‘어부의 딸’이었다. 흰색 스테인리스 문틀을 열고 들어가자 가운데 놓인 난로가 먼저 눈에 띄었다. 난로 앞에 놓인 고무 대야 안에 새까만 연탄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난로 뚜껑 위에는 번쩍번쩍 윤이 나는 은색 주전자가 김을 내뿜고 있었다. 둘희는 난로 연통이 식당 천장을 따라 기다랗게 이어져 있는 모습을 올려다보며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에 하얀 박엽지가 깔려 있어 손을 올리거나 컵을 내려놓은 때 작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강선생은 식당 벽에 걸린 인테리어 소품들을 둘러봤다. 위쪽 벽에는 그곳을 다녀간 유명인들의 사인이 주르르 붙어 있었고, 그 아래로는 네모난 괘종시계와 그림 액자, 해바라기 조화가 걸려 있었다. 그 옆의 선반에는 녹이 심하게 슬어 금색인지 동색인지 분간하기 힘든 동그란 메달들과 역시나 겉칠이 벗어진 트로피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둘희와 강선생은 따뜻한 연탄난로의 온기에 둘러싸여 바지락 칼국수와 해물파전을 먹었다. 여자는 맛을 좀 보라며 기어이 우럭매운탕을 시킨 뒤 식당에서 사라졌는데,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매운탕 중中’과 ‘대大’만 있었으나 여자의 이모가 소小보다 더 작은 미니 사이즈라며 우럭과 미나리가 듬뿍 든 매운탕을 내어주었다. 음식을 다 먹고 둘희가 계산할 때 여자의 이모부는 칼국수 두 그릇 값만 받았다. 당황한 둘희가 돈을 더 내겠다고 했지만, 여자의 이모부는 불그스름하고 넓적한 얼굴을 과장되게 찌푸리며 조카가 데려온 손님에게 이 정도 대접도 못하느냐며 되레 성을 냈다. 오복이란 개는 그들이 식사하는 내내 계산대 뒤에 있는 뼈다귀 모양 쿠션에 엎드려 있었다.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그곳이 개의 휴식처인 듯했다.
둘희와 강선생이 식당을 나서자 어디선가 여자가 급히 뛰어와 두 사람에게 딸기 하우스를 구경하고 가라고 말했다. 둘희가 거절하자 여자는 자기가 트럭으로 회사까지 태워주겠다고 했지만 둘희는 그것도 사양했다. 여자와 개의 배웅을 받으며 걸어갈 때 강선생이 둘희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오을주씨를 다음 출연자로 정해야 할 것 같다고. 둘희는 강선생의 말뜻을 곧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강선생은 여자의 이모 내외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받았으니 여자가 원하는 대로 방송에 출연시켜주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송 출연이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 될 수 없었다. 차라리 여자를 면접에서 탈락시키는 게 식당 주인들을 위한 일이었다.
둘희는 조금씩 육지 쪽으로 물이 차오르는 바다를 바라보며 걸었다. 강선생이 뒤에서 둘희를 따랐다. 옥녀산이 보이는 굽잇길로 들어서자 묽은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둘희와 강선생은 모래사장을 따라 이어진 좁은 길을 뛰었다. 반시간 가까이 바닷길을 걷는 동안 둘희는 여자에게 어울릴 만한 욕받이 명칭을 생각했으나 떠오르지 않았다. 사무실로 들어가 눈에 젖은 점퍼를 벗을 때까지도 마땅한 비속어가 생각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