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청춘유감’이라는 제목은 편집자의 제안이었다. ‘유감遺憾입니다만’ 할 때의 유감이기도 하지만 ‘무감’의 반대말로서의 유감有感이라고 했다. 


듣고 보니 ‘유감’은 내 삶을 함축해주는 단어였다. 그 모든 좌충우돌이 전부 유감한 데서 비롯한 일들이었으니까. 


얼마 전 실연을 겪고 고통스러워하는 내게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사랑했는데 헤어진 거 너무 슬프지. 근데 슬픈 것도 기쁜 것도 전부 다 누리려고 우리 태어난 거잖아. 그러니까 슬퍼해. 그러고 나면 다시 사랑할 수도 있게 될 거야. 


나만 대단히 극적인 일을 겪은 게 아닐 텐데도 매번 대수로웠다. 드라마의 여왕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자주 울었지만, 그만큼 자주 감격했다. 


친구의 말처럼 이 호들갑스러운 기쁨과 슬픔 모두 나로선 최대한으로 살아보려는 애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보기엔 호들갑일지 몰라도, 나에겐 열심이었다. 


글을 썼던 건 그 모든 유감들을 감당하기 위해서였다. 아니라면 휩쓸려버렸을 것이다. 덕분에 그 시절들을 통과해왔다. 모아놓고 보니 기록이 됐다. 


유감했던 한 시절의 기록을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다들 유감하시길.


2023년 6월

한소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