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이것은 허무에 관한 소설입니다. 
미소년과 네 명의 여인
그리고 피와 눈물과 구토에 관한 소설입니다.

제목은 구라하시 유미코의 『성소녀』에서 따왔습니다.
내게는 도무지 이름 붙이는 재주가 없어 그만 훔쳐오고 말았습니다.
귀한 장물을 쓰레기가 가득한 방에 두어 죄송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마땅한 도둑답게 낄낄대고 있습니다.
먼지투성이 손을 바라보며
이토록 순결한 게 어디 있느냐고 놀라워하는 중입니다.

나의 적이자 공범자 
독자 여러분에게

내 방에 기어들어오시다니, 정말 기뻐요.
모쪼록 엉망진창의 폐허를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2021년 4월
이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