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이라는 단어에는 여러 뜻이 있는데 전부 마음에 든다.
해동(解凍)
[명사] 얼었던 것이 녹아서
풀림. 또는 그렇게 하게 함.
해동(孩童)
[명사] 나이가 적은 아이.
해동(海東)
[명사] 발해(渤海)의 동쪽이라는 뜻으로, 예전에 ‘우리나라’를 이르던 말.
해동(解冬)
[명사][불교] 동안거(冬安居)의 끝. 선원에서는 정월 보름날에 끝난다.
백사실계곡에 갔는데 물줄기가 전부 얼어 있었다. 일주일 전에 내린
눈도 그대로 쌓인 채였다. 군데군데 서 있는 팻말을 보니 도롱뇽 서식지라는데 이렇게 전부 얼어붙어서야
도롱뇽들은 괜찮은 걸까 생각했다. 그날 서울은 하루종일 맑았고 낮 기온은 영상 16도였지만 거긴 정말로 얼어붙어 있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그
계곡은 일급수로 도롱뇽은 십일월부터 이월까지 땅속에서 겨울잠을 잔 뒤 얼음이 녹으면 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고 한다. 휴면 시기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좀 오만했고 도롱뇽들은 괜찮았던
것이다.
얼어붙은 것들이 녹아가는 것을 볼 때나
어린아이를 볼 때,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는 수면 아래를 상상할 때면 경외심이 든다.
좀 소소하고 촌스러울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것에 자꾸 마음이 간다.
2021년 3월
이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