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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

이 연재는 주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의 ‘소년’만화들을 다룬다. 왜 지금 유행 지난 ‘옛날’ 만화인가, 아니 왜 ‘만화’인가를 묻는다면 그저 이제야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90년대생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그 ‘옛날’ 만화들을 실시간으로 봤다. 맨정신으로 내 ‘덕질’에 대해 말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들과 나는 분리될 수 없었다. 이제는 아주 조금은 사정이 나아져서 나는 그때 『원피스』가, 『명탐정 코난』이, 『헌터×헌터』가 우리에게 건네려 했던 메시지를 긴 시차를 사이에 두고 수신할 수 있게 되었다. ‘남자’로도, ‘아버지’로도 ‘완결’될 수 없는 ‘소년’만화 속 ‘소년’들은 아직 거기에 있다. 지금이라면 그들의 메시지를 일종의 대항적 서사를 위한 동력으로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소 『진격의 거인』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이 연재는 그러니까 ‘소년’만화라는 과거의 힘을 (다르게) 계승하는 문제를 다루는 셈이다. 나는 ‘아버지’들로 이뤄진 족보로부터 내 ‘소년’을 돌려받을 것이다. 


이하 연재와는 별 상관없을 사족. 연재의 제목을 정하기 위해 검색창에 ‘만화’를 검색하자 박인하 만화 평론가의 한 기사가 뜬다. “만화의 만(漫)자는 흩어지다, 질펀하다, 방종하다 등의 뜻이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만화는 “만연(漫然:덮어놓고 되는 대로)히 그린다는 뜻”이라고 한다. 정리하자면 만화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내키는 대로 그린 그림 전부를 가리킨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는지? 나는 몰랐다. 애니고에서도 이런 건 가르쳐주지 않았다. ‘내키는 대로’라는, 실로 자유롭고 거의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해야 할 작가들의 고통은 차치하고 나는 이것이 만화라는 유일무이한 대중 예술의 한 장르에 대한 매우 아름다운 정의라고 생각했다. 

 

2024년 3월 
이연숙(리타)

이 작품은 격주로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