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안녕하세요, 김선오입니다.


「시차 노트」는 봄의 터널을 통과해 여름의 바다에 도착하는 여정의 모습을 갖게 되었네요. 연재가 사계절 동안 지속되었다면 매번의 계절성과 함께 진행되었을 텐데, 그만큼 쓰는 사람인 제가 어느 장면과 시간 속에 놓여 있는지가 중요했던 글인 것 같습니다. (「연재를 시작하며」는 평어로 쓰였으나 「연재를 마치며」는 왜인지 존댓말로 쓰고 싶군요. 그사이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생겨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야심차게(?) 두 단어 사이의 시공간을 이어보겠다고 선언하였으나 그 부분은 실패한 것 같습니다. 단어 두 개를 던져놓고 글을 쓰던 중 삼각형처럼 제가 결정하지 않은 또다른 한 꼭짓점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이를 테면 ‘바다–리듬’에는 ‘바다’와 ‘리듬’뿐 아니라 ‘쓰기’라는 단어 역시 중요하게 개입하고 있었습니다. 최소한 세 꼭짓점이 있어야 두 점 사이를 이동하는 선적인 방식이 아닌 보다 입체적인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네요. 그래서 제목도 몇 번 바꾸었습니다.


주간 연재는 제가 해본 일 중 상당히 고된 편에 속하는 것이었으나 놀랍게도 마치기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연재의 행위가 만들어내는 밀도 높은 시간에 갇혀서 더 쓰고 싶은 조금은 피학적인 상태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시를 쓴다고 생각했다가 비평을 쓴다고 생각했다가 소설을 쓴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산문이라는 범주 안에 놓일 글이기에 쓰면서 산문이란 시보다 얼마나 넓은가, 그런 헛헛한 감탄을 하기도 했네요. 편마다 목소리가 달라질 때에는 가진 음역대를 좀 다양하게 써 보자, 그런 결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끝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군요. 고맙습니다.


2023년 7월

김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