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김혼비의 말


<주간 문학동네> 연재를 시작하기 전 우리 모두 마음에 걸렸던 점이 하나 있었다. 연재는 늦겨울부터 시작해서 초여름에 끝나지만 우리의 글은 초여름부터 시작해서 늦겨울에 끝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연재시점과 글쓴 시점 사이 시차가 생긴 것은, 매주 실시간으로 연재글을 쓸 때 겪어야 할 커다란 마감 압박에 몇 달간 짓눌려 살기보다는 이 작업이 글쓰는 일말고도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너무나 많은 서로의 삶을 최대한 옥죄지 않고, 부담 없이, 무리 말고, 여유 있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우리의 바람이 반영되어서였다. 당연히 최선을 다하겠지만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지는 않다는 바람.

당시에는 우리가 앞으로 나눌 글의 내용도, 제목도 정해지지 않았었는데(이 제목은 그로부터 아홉 달 후인 지난주에 갑자기 정해졌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우리가 감수하기로 한 이 ‘남반구-북반구적 계절의 시차’에 이미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정신이 녹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남반구적인 흥과 바이브가 가득한 황선우 작가의 편지 덕에 더운 계절은 시원하게 추운 계절은 따뜻하게 보냈다. 이 기간 동안 나는 일상에서 재밌는 일을 겪으면 저절로 머릿속으로 황선우 작가에게 편지로 말을 걸곤 했는데(어쩐지 “연진아”가 생각나지만 그보다 다정한 톤으로), 그래서인지 자주 함께 있는 기분이 들었고 그게 참 든든했다. 나만 읽어왔던 이 휴식 같은 글들을 이제 모두와 나눌 수 있어 기쁘다.


2023년 2월 

김혼비



황선우의 말


김혼비 작가의 글을 읽으며 웃은 적이 많다. 이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는다면, 이 사람의 유쾌하고도 따뜻한 글을 가장 먼저 받아 읽는 독자가 된다면 내 삶에도 더 많은 웃음이 보장될 것 같았다. 나 또한 뒤질세라 부지런히 웃을 만한 순간을 채집해서 그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나를 웃기는 글을 쓰는 사람을 나도 글로 웃겨보고 싶다는 야심도 품어봤다. 최선을 다할 작정이었나보다. 

편지는 혼자 목적지를 미리 정해둘 수 없는 글이라는 사실 앞에 나의 최선은 쓸모가 없어졌다. 액션이 있고 나서야 리액션이 따라오듯 서신이 오가는 동안 우리의 이야기는 서로에 대한 반응과 대답, 질문과 당부를 한 걸음씩 내딛으며 몰랐던 데를 같이 밟아나갔다. 그 속에는 우리가 웃은 순간에 대한 기록만큼이나 무엇 때문에 웃지 못하는지와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도 함께 쌓여갔다. 오히려 즐거웠고, 당연한 사실을 다시 알게 되었다. 웃음은 눈물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다만 이 사람의 안부를 살피고 안녕을 묻는 일이야말로 편지의 처음이자 끝이고 전부라는 것을. 

<주간 문학동네>에 매주 한 편씩 연재될 글들을 주고받는 동안, 김혼비 작가의 독자에서 펜팔 친구로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다. 몇 계절을 지나 도착한 이 편지 묶음을 받아들 여러분에게도 약간의 시차를 둔 안부 인사를 전한다. 


2023년 2월 

황선우

두 작가의 편지가 번갈아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