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연재를 시작한 지 어느덧 반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간 남몰래 잠을 설치는 밤이 많았습니다. 


작년 겨울, 이토록 참혹한 질병이 우리를 덮치기 전에 추운 손을 녹이며 쓰기 시작한 이 글을 이제 닫으려 합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간 상상치도 못할 만큼 많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그토록 염원하던 이사를 했고(그럼에도 그토록 염원하던 원룸 탈출은 실패했고), 마음속 깊이 아꼈던 사람을 상실했고, 가끔은 웃을 수 있었던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기억과 감정이 지난 제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부끄러운 마음이 큽니다. 


순간의 우리를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소박한 소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어떤 일보다도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도망쳐온 어떤 순간을 다시 들여다보고, 난장판이 된 기억을 되짚고, 덮어놨던 상처를 헤집으며 1부와 2부를 썼습니다. 『1차원이 되고 싶어』는 그간 제가 써왔던 그 어떤 글보다도 더 많은 반성과 회의, 그리고 희망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써내려간 글을 따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쓰는 내내 몇 번이고 넘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누군가가 저를 일으켜주는 것 같은 위안도 동시에 받았습니다. 그럴 때만큼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끝맺지 못한 채 연재를 마치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그렇지만 이 시간이 결코 영원한 끝은 아니기에, 머지않아 다시 만나러 가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싶어요. 희망을 찾는 게 어려운 시절이지만, 찰나의 희망이라도 엿볼 수 있도록 나머지 빈 공간을 채워나가겠습니다. 시절이 좋아지면 웃으며 다시 만나요. 


안녕.


2020년 8월 

박상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