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 ‘이시봉’은 올해 다섯 살이 된 비숑 프리제다.
나는 지난 오 년 동안 ‘이시봉’이
순종 비숑 프리제인 줄로만 알았다.
한데, 얼마 전에 만난 수의사가 ‘이시봉’을 보고
‘얘는 순종이 아니고요, 비숑과
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이에요, 잡종’ 하면서 씨익 웃었다. ‘이시봉’도 다 듣는 데서 그 말을 했다.
그후로 나는 두 번 다시 그 동물병원을 찾아가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이시봉’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시봉’ 앞에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운 적도 있었다.
‘이시봉’은 그런 내 모습을
묵묵히 지켜봐주었다.
그래서 나는 ‘이시봉’이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이시봉’은 내가 울든
말든 산책하러 나가고 싶어했고, 더 놀기를 원했다.
우는 사람 앞에 장난감 공을 물고 오다니, 네가 그러고도 가족이냐?
나는 그렇게 소리치기도 했다.
사랑하는 존재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쓴다.
‘이시봉’ 입장에선 인간은, 나는, 그저 성가시고 질척거리는 존재일 뿐.
‘이시봉’에게 필요한 건
고통이나 슬픔이 아닌, 즐거움이다.
사랑의 다른 이름 또한 그렇다.
2022년 1월
이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