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오래전, 소설이라는 것을 쓰기 전에는, 작가가 신에 가까운 존재라고 믿었습니다. 세계와 인물을 마음대로 만들어내고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소설을 쓰게 되면서, 그 믿음은 완전히 뒤집혀버렸습니다.

작가는 신이 아니라 그저 ‘듣는 사람’에 불과했습니다. 

등장인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그런데 그들의 목소리는 때로 마구 뒤엉키고 어떨 땐 작아졌다가 또 어떨 땐 지나치게 커지곤 했지요. 일정한 톤으로 조곤조곤 말해주기보다는 두서없이 떠들다가 제멋대로 사라지거나 불쑥 나타나기 일쑤였고요―그것을 열심히 받아 적는 사람.

따라서 저에게 독자들이란, ‘함께 듣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비록 서로 떨어져 있지만, 같은 이야기를 함께 듣고 함께 느끼고 함께 생각하지요. 

반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저와 함께 듣고 느끼고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엑스와 와이, 사서와 기자, 김희석과 앤드루 김, 그리고 그 밖의 수많은 존재들. 그들이 낮게 속삭이는 이야기에 좀더 집중하기 위하여, 그래서 더 잘 받아 적기 위하여, 잠시 멈추고자 합니다. 고요함 속에서 그들에게 귀기울이며, ‘완성된 한 권의 책’이라는 물리적 실체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때,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을 꼭 함께 듣고 싶습니다. 

 

2021년 3월 1일

김희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