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회

인석은 움막 선생에게 화가 났다. 자유인은커녕 인적자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내몰린 사람이 자원이 되고 싶어 오히려 자신을 내몬 사회의 모습을 어설프게 흉내내며 사기나 치고 다니는 것 같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언짢았다. 움막 선생 스스로 선택한 게 아니라 쫓겨난 거라는 의심이 들었고, 의심은 곧바로 확신으로 바뀌었다. 소문만 듣고 무작정 이곳으로 온 자신이 어리석게만 여겨졌다. 그러나 제 판단에 오류가 있다는 걸 인정하려니 억울했다. 술에 취한 탓인지 치밀어오르는 분노는 금세 망상으로 번져나갔다. 게스트하우스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자기를 속이려고 숙덕이는 것 같았다. 아예 대놓고 자신을 무시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왜, 왜 다들 나를 무시하는 건데? 인석이 소리쳤다. 

준엽과 작은 털보가 인석을 힐끔 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움막 선생은 인석의 눈치를 살피고는 주섬주섬 배낭을 챙겼다. 

자연 속에서 자유의지를 고취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고양된 것은 재난뿐! 움막 선생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잘못한 거죠? 그 사람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죽음으로 치달은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렇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이영이 중얼거렸다. 

신용불량자거나 돈이 없거나, 제 누이를 사랑하는 얼빠진 놈이거나 자격지심으로 속이 비틀려서 순간순간 얼굴을 바꾸는 놈이거나 그도 아니면 남의 집 대문 앞에 용변을 보았거나 등등 모르긴 몰라도 이유야 들기 나름 아니오? 어쨌든 나는 한끼 잘 때웠으니 가오. 잘 있으시오. 

움막 선생이 나가자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 바람이 실내에 작은 회오리를 일으켰다. 인석은 화를 낼 대상이 사라지고 나니 뭔가 아쉬움이 남는 듯했다. 그러고는 시빗거리를 찾는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기막히게 황홀한 밤이네만 나도 슬슬 들어가봐야겠어.

하씨가 일어서자 마이크도 일어섰다. 작은 털보와 준엽도 인석을 피해 밖으로 나갔다. 괜히 앉아 있다가 봉변을 당할 것 같아 용수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람이 차가웠다. 코가 납작한 개가 작은 털보의 발밑으로 다가가 낑낑거렸다. 작은 털보는 저리 가라고 소리치면서도 개를 들어올려 품에 안았다. 산길을 따라가던 움막 선생이 숲길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씨와 마이크는 휴게소를 향해 걸어내려갔다. 준엽과 작은 털보는 평상에 앉아 그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용수는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정원 테이블에 앉았다. 별이 너무 많았다. 궤도에서 벗어난 별들이 밤하늘에 빗금을 치며 아래로 떨어졌다. 고래상어는 지금도 수족관을 돌고 있을까, 좁은 수족관에 갇혀 삼 분에 한 번씩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을까, 용수는 시선을 돌려 바다 쪽을 바라봤는데 용수가 있는 데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용수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낯선 사람들이었고, 사적인 공간도 아니었다. 그러나 용수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하느라 정작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용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연수와 함께 보낸 시간이 떠올랐다. 의지할 데 없이 자란 둘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낸 시간이었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이었고, 다시 오지 않을 거였다. 그것을 인정하는 게 두려워 시간을 늘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별이 두려워 이별의 시간을 연장하고,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벌고 있는 게 아닐까. 용수는 당연히 연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당연히 그런 건지 궁금해졌다. 그제야 연수와 함께 에든버러로 가지 않은 게 후회됐다. 상황을 제대로 맞닥뜨리지 않아 제 감정도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니 속이 상했다. 연수를 만나야 했다. 그러면 어쨌든 새로운 관계가 시작될 거였다. 무엇이 되더라도 서로의 곁에서 서로를 지켜볼 거였다. 용수는 처음으로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봐야 할 때가 되었다고, 그래서 스스로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연수가 사랑스럽게 여겨졌고, 빨리 보고 싶었다. 용수는 창고로 갔다. 창고 문은 닫힌 것도 열린 것도 아닌 채 여전히 삐딱했다. 용수는 그 안으로 들어가 낡은 보스턴 가방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고는 목걸이를 풀어 가방 안에 넣었다. 그런 다음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멀리서 개들이 짖었다. 들짐승이 움직이는 소리도 났다.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에 이어 방울이 짤랑거리는 소리, 꽹과리 소리도 희미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준엽과 작은 털보가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혼굿이구나. 작은 털보가 말했다. 

누구를 위한 걸까? 

우리를 위한 거지. 계곡에 가면 먹을 게 있을 테니. 작은 털보가 말하고 배시시 웃었다. 내일 일을 끝내고 계곡에 들렀다가 산나물이라도 따러 갈까? 

새벽에 가야지. 

산나물을 따는 것도 경쟁인 건가? 

빨리 일어나는 놈이 더 많이 따게 되어 있어.

하긴 빨리 일어나는 놈이 자랑도 잘하더라. 요 아래 산채정식 사장이 두릅이 올라오기 무섭게 새순을 낚아채가길래 내가 그보다 일찍 나가 두릅 새순을 똑똑 꺾고 있었거든. 그러다가 딱 마주쳤잖아. 할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으니까 나를 보고 씨익 웃더니 자식이 금니를 해줬다고 자랑을 하는 거야. 그후로는 마주칠 때마다 금테를 두른 누런 이가 다 보이도록 웃는다니까. 자식 자랑하는 것도 보기 싫은데 두릅까지 다 가져가버리니까 아주 얄미워 죽겠어. 

자식이 해준 금니로 두릅을 깨물어 먹으려나보지. 

준엽이 말하고 킥킥 웃자 작은 털보도 웃었다. 작은 털보는 처음 이곳에 와서 평상에 앉아 해가 뜨는 풍광을 보던 날 느꼈던 순수한 기쁨을 떠올렸다. 별을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날을 기억했다. 산은 예측할 수 없었으므로 두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인위적인 것도 없었다. 맨발로 숲길을 걷고, 맨몸으로 계곡에 들어가 물장구치던 시절이 그리웠다. 이제 더는 그런 것이 기쁘지 않았다. 

저게 뭐지? 작은 털보가 휴게소 쪽을 내려다봤다. 코가 납작한 개는 작은 털보 옆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설마, 이 밤에 개를 잡으려고 저러는 건가? 

그런 것 같아요. 

용수가 그들 옆으로 가 평상에 앉으며 대꾸했다. 그들은 휴게소 쪽을 밝히는 불빛을 보느라 용수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불빛이 흔들렸다. 개들이 무리 지어 움직이는 게 언뜻언뜻 보였다. 사내 둘이 랜턴 불빛을 이리저리 비추며 재빠르게 움직였다. 사람들 몇이 나와 있었다. 마이크도 밖으로 나왔다. 작은 털보가 손을 흔들었는데 마이크는 보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곧이어 그물망에 걸린 개들이 차례대로 잡혀왔다. 황금빛 털의 개가 케이지에 몸을 구기고 들어가 불안한 듯 몸을 움직이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검은 개가 케이지 창살을 이로 물어뜯으며 침을 흘렸다. 그러다가 맹렬하게 짖어댔다. 하얀 개는 케이지 안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곁눈으로 바라봤다. 두 사내가 각각의 케이지를 SUV 차량의 트렁크에 실었다. 신고자로 보이는 주민 몇이 꾸벅 인사를 했다. SUV 차량이 도로로 진입했다. 용수는 그들이 다시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언제든 모습을 바꾸고는 다시 나타날 거였다. 개들도 안락사될 거였다. 새로운 보호자를 만나지는 못할 거였다. 

아침이 되자 트럭 한 대가 게스트하우스 앞까지 들어와 섰다. 차에서 누군가 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뒤이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용수가 문 앞으로 다가갔을 때 똑같은 복장을 한 두 사내가 이미 들어와 있었다.  

누구세요? 용수가 물었다. 

우리잖아. 그들이 씨익 웃었다. 이가 하얗게 빛났다.

용수가 놀라 뒷걸음질쳤다. 

집행관이라고 신분을 밝힌 두 사내가 준엽과 작은 털보를 찾았다. 뒤늦게 들어온 준엽과 작은 털보를 본 집행관들이 그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강제집행 명령입니다. 공원사무소는 앞으로 닷새간 공원 내 움막 및 무속 시설 등 15개소에 이르는 불법 시설물을 강제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민족 명산의 경관 가치와 공원 내 법질서 확립을 위해 불법 시설물 행정 집행은 꼭 필요한 조치입니다. 당연히 자연 자원 훼손, 환경오염, 쓰레기 소각 등 공원 관리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고요. 따라서 드론 및 CCTV 등을 활용해 접근이 어려운 급경사지와 험준한 계곡 등에 이르기까지 입체적인 감시를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그러니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이곳에서 나가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건물은 불법 시설물이 아니에요. 작은 털보가 물러서지 않고 그들을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 

이 건물은 불법 시설물은 아니지만 엄밀히 말한다면 불법 시설물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원주인께서 이곳에 들어오려고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곳에서 나가줄 것을 몇 번이나 통보했는데도 나가지 않고 불법으로 점거한 탓에 강제집행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작은 털보가 준엽을 봤다. 준엽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작은 털보가 집행관을 막아서다가 오히려 그들에게 밀려 바닥으로 내쳐졌다. 작은 털보가 끙 소리 내며 일어나서는 우리는 들개가 아니라고 소리쳤다. 그 소리에 잠들어 있던 인석이 깨어났고, 숨죽인 채 침대에 누워 있던 이영이 슬그머니 일어났다. 집행관들은 빠르게 움직여 물건을 밖으로 들어냈다. 준엽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다가 주먹을 휘둘렀다. 집행관 하나가 넘어졌다. 다른 집행관이 준엽을 위협했다. 준엽은 뒤돌아서서 그대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집행관들이 준엽을 쫓았다. 

일이 꼬이는군. 첫번째 사내가 말했다. 

쥐새끼 같군. 두번째 사내가 말했다. 

준엽은 걸음을 멈추고 아주 잠깐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바라봤다. 산등성이로 이어지는 좁은 오솔길이었다.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오십 보 정도 걸으면 스무 개의 돌계단이 나오고 그 끝에 다다르면 너른 산등성이가 모습을 드러낼 거였다. 준엽은 그 길에서 취나물과 산마늘, 머위와 방풍, 두릅을 따고, 당귀와 더덕, 칡뿌리를 캤다. 간혹 엄나무와 마가목을 베기도 했지만 그것은 불법으로 몇몇만 아는 비밀이었다. 산등성이 오른편은 예전에는 고랭지 배추밭이었는데 군청에서 관광지 조성 계획을 발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밭을 갈아엎었다. 너른 평야처럼 펼쳐진 산등성이를 따라 ‘하늘재 바람길’이라는 이름의 둘레 길을 조성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면 사장 부부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나가야 했다. 산등성이 왼편은 낭떠러지였다. 몇 해 전 도로를 내기 위해 산을 깎아 생긴 절벽이었다. 안전을 위해 조림한 숲을 헤치고 좀더 안으로 들어가면 절벽이 나왔다. 그 끝에 서면 굽이굽이 흐르는 도로가 내려다보이고, 오르막을 힘겹게 오르는 차량도 도토리만하게 보일 거였다. 준엽은 분풀이할 수도 없는 분노가 치밀었고, 그러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준엽과 작은 털보는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하느라 공원 청소와 캠핑장 관리, 나물과 약초를 팔아 번 전 재산 사백만원을 일 년 치 임대료로 썼다. 부족한 백만원은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마련했다. 그러면서 멤버십 리조트에 가입했다 생각하고 언제든 오고 싶을 때 오면 된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면 거기에 더해 앞마당에 글램핑용 텐트를 쳐주겠다고 했다. 텐트는 당연히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거라고 했다. 지인들은 등산하며 알게 된 사람들로 대부분 홀로 다녔고,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살았는데 준엽보다는 처지가 나았다. 그들은 허황한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준엽을 좋아했기 때문에 오만원에서 십만원씩 걷어 돈을 마련해줬다. 그들 중 몇은 힘을 모아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운이 좋다면 준엽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길 거였다. 그러면 준엽은 작은 털보와 함께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어쩐지 허황한 꿈처럼 여겨졌다.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준엽은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엇이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다. 하루하루 살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었다. 신용불량자라 제약이 따랐지만 작은 털보와 함께였기에 큰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준엽은 의아했다.

준엽은 뒤를 돌아봤다. 집행관들이 따라붙고 있었다. 그들 뒤로 게스트하우스를 에워싼 사람들이 보였다. 제 것은 아니어도 준엽에게는 소중한 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집행관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도로변 휴게소에서 이어지는 가파른 언덕에 짐을 실어가기 위한 일 톤짜리 트럭 한 대가 기우뚱하게 서 있었다. 저렇게 큰 트럭까지는 필요 없었는데, 준엽은 뒤로 넘어갈 듯 위태롭게 서 있는 파란 트럭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거기에 실을 짐이 준엽에게는 없었다. 짐이 없기는 작은 털보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털보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 개밥은 누가 줄까, 준엽은 잠깐 생각했지만 그게 다였다. 하씨와 마이크에 이어 지인들도 떠올랐다. 나중에 그들이 오더라도 자신은 없을 거였다. 지인들이 조금은 슬퍼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걱정도 거기까지였다. 

하늘이 높고 맑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준엽은 그제야 오른쪽으로 난 오솔길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완만한 언덕을 올라 계단을 지나 숲을 헤치고 들어가자 산을 깎아 만든 절벽 끝의 평평하고 넓은 너럭바위까지 단숨에 다다랐다. 너럭바위는 숲에 숨어 있어 등산객들은 잘 알지 못했다. 준엽은 그곳에 누워 있는 걸 좋아했다. 햇빛이 비쳐들 때면 너럭바위는 평온한 빛을 받아 따끈따끈했다. 그곳에 등산용 매트를 깔고 누워 지인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차를 마시기도 했고, 고기를 구워먹기도 했다. 물론 작은 털보도 함께였다. 지인들은 진실로 호사스러운 캠핑장을 만들었다며 좋아했다. 준엽이 뒤를 돌아봤다. 뒤따르는 집행관들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조금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엽이 그들을 향해 씨익 웃었다. 그런 다음 너럭바위 끝까지 걸어갔다. 바위 끝에 길이 이어져 있기라도 하다는 듯 준엽은 발걸음을 내디뎠고, 그대로 사라졌다. 

집행관은 어어, 소리치며 준엽을 잡으려고 허공에 손을 뻗었다. 다른 집행관은 제자리에 멈춰 서서는 눈만 끔뻑거렸다. 파란 트럭 주위에 서 있던 인부들은 거기서는 보이지 않는 산등성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뒤따라온 작은 털보가 집행관을 밀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뒤를 쫓던 용수는 어리둥절해져서 주위를 살폈다. 휴게소에서 트로트 메들리가 흘러나왔다. 마이크는 뭔가에 놀라 볼륨을 줄인 다음 주위를 둘러봤다. 하씨가 휴게소 밖으로 나와 게스트하우스 쪽을 바라봤다. 그런 다음 언덕으로 걸음을 옮겼다. 인석은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러다가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당장 자기를 데리러 오라고 소리쳤다. 이영은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용수는 도로를 바라봤다. 휴게소 안으로 차들이 들어오고 차들이 빠져나갔다. 여행객들이 음료를 사 들고 나와 까르르 웃으며 관광버스에 올라탔다. 용수는 연수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연수에게서 전화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