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연재를 시작하며’에 미래라는 단어가 오염됐다고 썼다. 원래는 민자당(민주자유당)에서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등이었던 어떤 당이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을 당명으로 썼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재하는 사이에 당명이 또 바뀌어버렸다.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원고 마감도 그렇다. 첫 연재는 마감보다 하루 늦게 원고를 줬다. 이메일에는 늦어서 죄송합니다, 라고 썼다. 그리고 2주 뒤, 그다음 메일에도, 다다음 메일에도 사과는 반복됐다.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달라지긴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기도 죄송하네요, 다음부터는 늦지 않도록 분발하겠습니다, 너무 늦었네요ㅠㅠ 죄송합니다…… 헛된 결심과 변명, 참회와 눈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마감을 못 지키는 금정연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러게 진작 좀 쓰지 그랬어요. 그때마다 정연씨는 말했다. 지돈씨, 지돈씨도 곧 저처럼 될 거예요. 

정연씨가 불과 사오 년 전에 했던 말들이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다. 이루어졌으면 하는 일도 있고 다가오는 게 두려운 일도 있지만, 예언의 적중률을 보건대 피할 순 없을 것 같다. 정연씨가 최근 자주 하는 말은 “밝은 미래”다.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라! 같은 말도 종종 하지만 정신이 오락가락할 때 하는 말인 것 같다.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저당잡히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미래라는 단어가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미래와 연관되지 않거나 관계되더라도 아주 느슨한 상태여야 한다. 그러니까 미래는 다가올 시간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에 대한 말이며 동시에 과거와 미래의 힘들이 존재하는 어떤 장소에 대한 말이다. 

원고를 챙겨준 편집자분들과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등장해준 친구들이 없었다면 아마 한 줄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2020년 11월

정지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