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외계인, UFO, 그리고 예술에 대한 궤변

외계에 인간보다 우월한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있을까? UFO는 고도의 지능을 가진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할 때 나타나는 현상일까? 그들은 지구인들을 정탐하지만 지구인의 삶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면서 지구 정복이나 우주 평화 같은 모종의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것일까?

나는 외계인이나 UFO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에 늘 끌린다. 책이나 기사를 적극적으로 찾아보지는 않지만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접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까 나는 열광적이진 않더라도 꾸준하게 외계인과 UFO에 대한 관심을 가져온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외계인과 UFO에 대해 이런저런 공상을 하는 일은 재미있다. 나는 지구와 지구인이 특별하지 않으며 신이 창조했건 빅뱅이 창조했건 그저 어떤 사건들의 연쇄에 의해 발생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외계인의 존재는 그런 나의 생각을 지지한다. 지구라는 별과 그 안의 생명체는 우주 어딘가에서 탄생하고 소멸한, 혹은 소멸할 다른 존재들과 유사한 운명을 겪을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가 탄생할 확률은 너무나 낮아서 우주의 다른 곳에서 유사한 형태로 반복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확률론은 같은 논리로 그 가능성을 지지한다. 확률이 낮다는 것과 불가능하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1/10과 1/100000000000의 확률 차이는 어마어마하지만 결국 둘 다 가능성을 지칭하는 숫자이다. 우주의 시공간이 무한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가능성은 꽤나 현실적이다.

유신론 또한 지구와 인간의 유일무이함을 확언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은 물리법칙과 신을 등치시키며,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물리학의 발전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진실은, 진실이 불확실하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감히 어떻게 신의 뜻을 알겠는가? 주사위 놀이를 하건 안 하건 그건 신 마음에 달렸다. 이사야서 6장 1-3절의 다음 구절을 보라. 

 

“나는 높이 솟아오른 어좌에 앉아 계시는 주님을 뵈었는데, 그분의 옷자락이 성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분 위로는 사랍들이 있는데, 저마다 날개를 여섯씩 가지고서, 둘로는 얼굴을 가리고 둘로는 발을 가리고 둘로는 날아다녔다.”


예언자가 묘사한 치천사 사랍이 UFO를 탄 외계인이 아니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외계인과 UFO에 대한 공상은 지구와 지구인이 유일무이하다는 생각을 반박한다. 나는 그게 좋다. 나는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가 지구를 보고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우주인의 이야기보다, 그렇게 감탄한 후 우주여행을 하다 눈에 띄는 하나의 행성을 발견하고는 “관제소, 방금 지구보다 훨씬 아름다운 별을 발견했음”이라고 타전하는 우주인 이야기가 더 맘에 든다.   

나는 우주에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존재하며, 그중의 일부는 지능이 고도로 발달하여 UFO를 타고 지구를 방문해서 자신의 모습을 노출한다고 믿는 편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런데 이 믿음은 밑바탕에 모종의 의구심을 깔고 있다. 이 의구심은 외계인들의 존재 여부보다 UFO를 끌고 지구에 나타나는 그들의 성격에 대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외계인이 매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반대다. 내 생각에 그들은 매우 보수적이며 지루하다.   

나는 외계인의 성격을 추론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왜 UFO는 먼 거리에서 움직이는 희미하고 불분명한 불빛으로만 나타나는가? 왜 UFO는 바로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가? 왜 외계인은 광장이나 공원에 UFO를 착륙시킨 후 ‘짜잔’ 문을 열고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않는가? 왜 외계인은 황당한 일을 벌이지 않는가? 왜 모든 UFO와 외계인은 마치 원격조정을 받아서 움직이는 드론이나 로봇처럼, 지구인과의 접촉을 철저히 피하도록, 오류와 실수만이 스스로를 드러낼 유일한 방식으로 설계된 기계처럼 행동하는가?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인들은 상부로부터 엄격한 지시를 받았을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전면적으로 드러낼 경우, 지구에 미칠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엄격한 심사 과정을 통해 선발된 전문성과 책임감을 지닌 정예 인재들일 것이다. 지구 방문시 행동 지침에 관한 고강도 교육을 수강하고 수료증을 받았으며, 규정을 어긴다면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서약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단 한 번도 정상적 행동 규범에서 벗어난 UFO와 외계인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그러지 않을 텐데. 동물이라도 그러지 않을 텐데. 물론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이종 간의 접촉은 대부분 지배와 정복의 과정이거나 빈곤과 허기와 생명에의 위협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의 결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예외적인 경우들, 오로지 순수한 호기심으로 벌어지는 이종 간의 교류들, 인간과 문어와 돌고래와 고릴라와 코알라 사이의 조우들을 잘 알고 있다. 경계심을 풀며 조심스레 서로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냄새를 맡고 팔과 지느러미와 촉수를 뻗어 서로의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거나 조금 더 편안해지면 과감하게 장난을 치는 그런 만남들 말이다. 우리는 외계인이 드디어 자신의 모습을 지구인에게 드러낸 후 벌어질 다음과 같은 예외적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지구인: 왜 지구에 왔어요?

외계인: $%^:)*!₩@ (지루해서요.) 

지구인: 왜 모습을 드러냈어요? 

외계인: ₩((*#$# (말 안 할래요.)

지구인: 그러지 말고 제발 말해줘요.

외계인: !!)^^;:) (그냥요.)

지구인: 뭘 원해요? 차 마실래요?

외계인: &*!~₩₩ㅠㅗ!_0!!₩%$%ㅏㅏㅋㅋ (당신 무서운데 조금 귀여워요. 허그해줘요.)

지구인: 네?

외계인: (백 개의 눈 중에 오십 개의 눈을 찡긋 감으며 지구인에게 윙크를 던진다.)


아시다시피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일과 눈곱만큼 비슷한 사건도 없었다. 지금까지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의 행태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예측 가능했다. 이 사실은 외계인이 개별적 주체로서 개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지능을 가진 모든 생명체들이 보여주는, 엉뚱하거나 혹은 과감한 선택으로, 전형적이지 않은 행태로 남들을 어안이 벙벙하게 하는 짓을 외계인은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고도로 지능이 발달한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다면, 지금까지 UFO를 통해서 드러난 외계의 행태를 통해 논리적인 추론을 해본다면 다음과 같은 가설을 도출할 수 있다. 지능의 발달 과정에서 지적 생명체가 지니는 독특한 성격, 엉뚱함, 과감함, 비전형성과 같은 창조적 개성은 사라진다. 여기서 또다른 가설을 도출할 수 있다. 창조적 개성이 사라지는 지능 발달 과정에서, 지적 생명체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현상, 즉 예술도 사라질 것이다. 

지능의 발달 과정에서 지적 생명체에 내재하는 창조적 개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은 억측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자질 중 하나가 창조성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AI는 이미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있다. 인간의 창조적 개성을 ‘규칙 깨기 능력’으로 정의한다면 AI는 ‘규칙을 깨는 규칙’을 학습함으로써 예술을 만들어간다. 그러니 예술적 결과물들은 미래에도 생산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그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인간이 아닐 뿐이다. AI가 갖춘 고도의 지적 능력은 생명체가 발현하는 창조적 개성을 대체하고 압도할 것이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세돌 기사가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바둑을 포기한 것처럼, 창작과 커리어를 포기하는 예술가들은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지구를 방문하는 외계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우주와 행성에서 고도의 지적 능력을 발전시켜 지구의 AI 기술을 월등히 넘어서는 기계를 발명해놓고 그것에 창조성을 ‘아웃소싱’해서 어마어마하게 위대한 예술 작품들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그들이 속한 세계에서 창조적 생산이나 표현과 관련하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구에 출몰하는 외계인 UFO 조종사들에게 예술적 상상력이 결여돼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외계인 UFO 조종사들은 하늘을 날다가 비행운으로 창공에다 ‘사랑해’라고 쓰지 않는다. 그들은 UFO 안에서 노래를 흥얼거리지 않고 심심할 때 자리에서 일어나 춤도 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비행의 피로를 달래고자 시를 읽고 그림을 그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예술을 행했다면 벌써 오래전에 지구인과 접촉했을 것이다. 예술가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UFO 출몰의 역사에서 단 한 명의 괴짜 외계인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외계인의 성격에 대해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우리는 한두 점의 동굴 벽화에서 선사시대 원시인들의 예술적 재능을 짐작한다. 그러니 UFO의 외계인들이 단 한 번도 예술적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일반 외계인들에게 창조적 개성이 결여돼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그리 억지가 아니다. 

위와 같은 논리적(?) 추론에도 불구하고 외계인과 UFO의 존재를 믿고 싶은가? 지능과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우리 안에 내재하는 창조적 개성은 사라질 것이며, 기껏해야 특별한 기계와 전문가들의 소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오호통재라. 이러한 사태는 이미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진화적 관점에서 보자면, 호모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와 호모파베르(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와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 중에 가장 먼저 쇠퇴하는 존재가 바로 호모루덴스이다. 이제 예술이란 창조적 재능을 가진 소수의 이들이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이며,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여가 시간에 즐기는 일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외계인과 UFO의 존재를 믿는다. 그 믿음을 통해서 나는 인간 안에 내재하는 보편적 자질을, 그것이 소멸하면서 남기는 잔영을 음미해볼 수 있다. 나는 헛소리인지 이성적 추론인지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생각 안에 서글픔과 담담함을 동시에 담아 말한다. 인간의 창조성이란 한 계절 꽃이 피고 지듯 나타났다 사라질 것이다. 다만 나는 그 꽃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그시 바라보고 부드럽게 만질 것이다. 그가 내게서 멀어져 꽃이 아닌 무의미가 될 때까지, 나는 그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고 또 부를 것이다, 

            

이 작품은 격주로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