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작품 소개
원자폭탄이 터지는 순간 태어나면서 초능력을 갖게 된 남자의 일대기.
역사의 곡절마다 서려 있던 한 초능력자의 흔적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위를 올려다보니 어두운 밤하늘엔 별들이 천천히 운행하고, 그 사이론 수많은 전파가 갖가지 사연을 담은 채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상상해보세요. 끝을 알 수 없으리만치 넓은 옥수수의 망망대해 속에, 공중전화 부스가 덩그러니 선 채 빛을 발하는 초현실적인 풍경을 말입니다.
창공에서 쏟아져내린 별들은 눈처럼 흩날리며 사방에서 반짝였고
문득 뭐라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저 낯선 세상 속에서?
둥글고 푸른 달이 지표면에 은빛 가루를 뿌려댔고, 모래언덕은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왔다 밀려갔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나 이 진실을 이야기할 수 없는 모든 사람에게 바친다.
커피숍에 들어서자, 앉아서 신문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내 쪽으로 쏠렸다.
나를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지금 여기서 나눈 이야기를 반드시 기억해달라는 의미입니다.
이곳이 정말로 유리 안드로포프의 단골 양복점이라면, 그 인간도 꽤 독특한 취향을 가진 셈이다.
이제 와서 후회하고 괴로워하면 무엇하겠는가. 그저 담담히 과거를 기록하는 수밖에.
모처럼 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고 얼굴엔 행복감이 넘쳐흘렀다. 아마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듯했다.
갑자기 더 큰 불안이 밀려오더군요. 한 달이라니요. 그러니까 전쟁이 나면, 나는 한 달이 지난 뒤엔 죽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나와 비슷한 사람, 모든 게 통할 것만 같은 사람을 만났는데, 만약 그가 정말 나의 적이라면, 그래서 더는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모든 것은 허사가
새로운 금단의 장소에 도달하면 난 순간적으로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광에 넋을 잃기도 합니다.
일어나야 할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 만나야 할 사람은 결국 만나고 마는 것이 세상이란 말인가.
그때 갑자기, 세상이란 그런 식으로 희미하게 출처를 획득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하이퍼텍스트에 불과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과거, 나와 내 동생의 어린 시절의 역사는 그야말로 ‘수정액의 역사’가 아니었던가 싶어집니다.
그러니까 그 모든 것의 시작에는 주먹밥이 있었습니다.
약속이란…… 지키라고 있는 거지. 그런데 난 그걸 지키지 못했어. 내 동생 와이에게도, 그리고 이번엔 자네에게도.
그 행운은 쿠키와 함께 찾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모난 하인츠 칠리소스 상자의 모습을 띠고 말이에요.
휠러 교수는 한쪽 팔에 끼고 온 검은 상자 같은 것을 조심스레 탁자에 내려놨다. 소니의 최신형 녹음기였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한국 땅에서 태어났지요.
광장에 도착한 뒤엔, 다른 기자들 사이에 섞여 유리 안드로포프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유리 안드로포프가 소비에트연방 국가보안위원회(지금은 KGB라는 약칭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의장으로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고 공포를 느꼈어. 그건 내 동생도 마찬가지였지. 정말이야
1945년 8월 9일, 속초 인근의 작은 마을에서 두 아이가 태어났다.
모든 일의 시작엔 한 통의 편지가 있었다. 적어도 마르탱 게르 혹은 엑스라고 자신을 불러달라는 노인의 말에 의하면 그랬다.
형제가 태어났을 때, 산 너머에서 검은 구름이 피어오르더니 문득 천둥과 번개가 하늘을 반으로 갈랐다.
연재를 시작하며
장편소설 『무한의 책』, 중편소설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 소설집 『라면의 황제』 『골든 에이지』가 있다.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작품 소개
원자폭탄이 터지는 순간 태어나면서 초능력을 갖게 된 남자의 일대기.
역사의 곡절마다 서려 있던 한 초능력자의 흔적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